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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명현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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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7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아파트 단지. 정전 여파 때문인지 불켜진 곳이 거의 없다. 키이우=정승임 특파원
“우크라이나 정부가 경보를 발령했다. 즉시 대피하라.”
전쟁 발발 4주년을 이틀 앞둔 22일 오전 4시 36분(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호텔 창문 너머로 미세한 폭발음이 들렸다. 잠시 후, 이번엔 하늘에서 발사체 비행 소리가 울렸고 곧바로 좀 더 강력한 폭발음이 수차례 이어졌다. 러시아의 공습이었다.
40분 전 휴대폰으로 발송된 공습경보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17일 키이우에 골드몽릴게임 도착한 후 경보가 수차례 울렸지만 실제 위협을 느끼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소름이 쫙 끼쳤다. 호텔 지하 방공호로 대피할까 생각도 했다. 그러나 8층 객실에서 지하까지 암흑 상태인 계단으로 내려갈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아침을 맞았다.
22일 새벽 러 공습에 1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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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있었던 러시아의 무인기(드론) 공습으로 전소된 키이우 주택가의 공장 모습. 키이우=정승임 특파원
현지 언론은 이날 새벽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동원한 적군의 공습으로 키이우에서 1명이 사망하고 수명이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 오션파라다이스다운로드 전 도심 곳곳의 발전기는 더욱 요란하게 돌아갔다. 러시아가 지난해 10월부터 새벽 시간대 발전소, 전력망에 대한 공습에 주력하면서 단전(斷電)이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강추위 탓에 전쟁 발발 이후 가장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키이우에서 만난 므하일로(37)는 “이런 추위는 내가 어린이였을 때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 황금성오락실 다.
22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가게 앞에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현지 가게들은 단전에 대비해 하루 종일 발전기를 돌린다. 키이우=정승임 특파원
300만 명이 사는 키이우에는 옛소련 시대 지어진 고층 아파트가 바다이야기 대부분이다. 고급 주택가에선 주민들이 돈을 모아 발전기를 구입해 엘리베이터를 가동하지만 일반 서민들은 그럴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발전기 구입비는 둘째치고 전기 요금이 20% 더 비싸다. 실제 서민아파트 단지에는 오전 7시에도 불 켜진 곳이 거의 없었다.
전력 공급 일정 맞춰 빨래하고 요리하고
17일 스피리나가 키이우외국어대 기숙사 주방에서 성냥불로 가스레인지를 켜고 있다. 키이우=정승임 특파원
대신 주민들의 일상은 전력 공급 일정에 맞춰 돌아간다. 전기가 들어오면 밀린 빨래를 세탁기에 돌리고, 음식을 만들고 물병에 물도 채우고 보조배터리를 충전하는 식이다. 정전과 전력 공급 일정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은 처음엔 구 단위로 운영하다가 지금은 동 단위로 세분화됐다. 하루 1, 2시간만 전기 공급이 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지자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16층짜리 옛소련식 아파트 2층에 사는 안나(39)는 정전에 대비해 생수를 사놓고 대야에 화장실용 물을 받아놓는 것이 일상이 됐다. 난방이 끊기면서 수도관이 동파된 탓에 물 공급조차 버겁기 때문이다. 요리를 하기 위해 휴대용 가스 버너를 구입했고, 최대 4시간 불을 밝힐 수 있는 휴대용 조명도 샀다. 휴대폰 보조배터리는 7개로 늘었다.
17일 안나가 우크라이나 키이우 아파트에서 단전 시 냉장고 음식이 걱정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안나는 단전에 대비해 휴대용 가스버너도 구매했다. 키이우=정승임 특파원
그는 “가장 골칫거리는 냉장고에 둔 음식이 상하는 것”이라며 “그래도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 높은 층까지 걸어 올라가야 하는 고층 입주자들에 비하면 나는 양호한 편”이라고 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건너편 아파트가 러시아 드론 공습을 당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난방 끊겨 수도관 동파... 물 공급도 제한
17일 안나가 키이우 아파트에서 정전에도 4시간 불을 밝힐 수 있는 휴대용 조명을 방에 걸고 있다. 키이우=정승임 특파원
단전은 학생들의 수업도 막았다. 17일 키이우외국어대 기숙사에서 만난 스피리나 마르하리타(20)는 “정상 수업을 언제 했는지조차 가물가물하다”고 했다. 대학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했지만 전기가 끊기면 인터넷도 불통인 탓에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진 이날도 오후 6시 30분부터 전력 공급이 끊길 예정이었다. ‘저녁에 전기가 안 들어오면 무엇을 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카리나 크세닉(19)은 “맥도날드에 가서 밤을 새운다”며 “이틀 동안 전기가 아예 끊긴 적도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기숙사 지하에 있는 방공호로 기자를 안내했다. “1주일에 6번 공습경보가 울린 적도 있다”는 크세닉은 “지금은 환하지만 경보가 울리면 암흑이 되고 가끔 이곳에서 잠도 잔다”고 말했다.
17일 키이우외국어대 지하에 있는 방공호로 이동하는 학생들. 키이우=정승임 특파원
물론 정상수업을 하는 학교도 있다. 이반 호므자 키이우경제대학원(KSE) 교수는 “나는 공립인 키이우-모힐라 아카데미에서도 강의를 하는데 전기와 난방이 끊기면서 대학 총장과 교수진은 ‘대면 수업 중단’을 공지했다”며 “그러나 사립인 KSE는 총장이 기부금 모집에서 나서면서 발전기를 돌려 정상 수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러시아의 거듭된 공격에 난방 파이프가 심하게 손상돼 복구가 불가능한 곳이 많다는 점이다. 기술자들이 밤샘 작업을 해서 복구해도 러시아가 공습하면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호므자 교수는 전력망 공습을 1932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집단학살인 홀로도모르(Holodomor)에 비유했다. 스탈린 정권이 토지를 몰수하고 대량의 곡물을 강제 징수하면서 약 300만~70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을 ‘굶겨 죽인’ 사건이다. 호므자 교수는 “당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인들을 굶겨 죽였던 것처럼 지금은 ‘얼려 죽여’ 집단학살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호텔 지하에 마련된 방공호. 키이우=정승임 특파원
그러나 기자가 만난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혹독한 겨울을 보내면서도 ‘영토 포기’나 ‘항복’을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쟁이 향후 5년간 이어져도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포기하면 더 고통스러운 생지옥이 기다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것이란 걸 모르는 우크라이나인은 없었다.
키이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