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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명현혜달
작성일 : 2026.02.1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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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속도와 효율만이 미덕인 차가운 도시 강남. 그 화려한 마천루의 그림자 아래, 여전히 뚝배기 끓는 소리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멈추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영동전통시장입니다. 50년 전, 주택가 담벼락에 기대어 서로의 고단한 끼니를 챙기던 '강남의 부엌'은 , 이제 퇴근길 직장인과 호기심 어린 청년들이 어깨를 부딪치며 건배를 나누는 '소통의 광장'이 되었습니다. 비록 세상은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것이 배달되는 시대로 변했지만, 이곳에는 여전히 모니터 너머로는 느낄 수 없는 투박한 정과 따뜻한 눈맞춤이 살아 숨 쉽니다. 본 기획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시장이 아니라, 상인이 스승이 되고 손님이 야마토릴게임 친구가 되는 '관계의 기적'을 조명합니다. 삭막한 도심 속, 우리가 끝내 지켜야 할 것은 낡은 좌판이 아니라 그 위에 켜켜이 쌓인 '사람의 온기'임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2025 영동클래스에서 플라워 기프트박스 만들기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제공=영 릴게임야마토 동전통시장 상인회)
전통시장의 위기 속에서 영동전통시장이 선택한 생존 전략은 ‘정면 돌파’다. 가격 경쟁을 앞세운 ‘가성비’ 대신, 백화점에 뒤지지 않는 ‘품질’을 내세웠다. 여기에 물건을 파는 공간에 ‘배움’을 더하며 사람들을 다시 시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그 중심에 상인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는 릴게임바다신2 ‘영동클래스’가 있다.
시장, 학교가 되다… ‘영동클래스’의 실험
2025 영동클래스에서 와인 테이스팅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제공=영동전통시장 상인회)
손오공게임 “우리 시장에 숨어 있는 고수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유미희 영동전통시장 매니저의 말이다. 영동전통시장은 시장 내 인적 인프라를 활용해 ‘영동클래스’를 기획했다. 외부 강사를 초청하는 대신, 매일 마주치던 상인들이 강사가 됐다. 떡집 사장은 떡케이크 만드는 법을, 꽃꽂이 학원 원장은 꽃바구니 만들기를 가르친다. 소믈리에 출신 와인바 바다이야기무료 사장은 와인 테이스팅 수업을 연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인기 강좌는 모집 시작 몇 시간 만에 마감된다. 중요한 것은 운영의 묘미다. 강의는 무료지만 ‘노쇼’를 막기 위해 1만원의 참가비를 받고, 참석하면 다시 돌려준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강생은 그 돈을 시장 안에서 쓴다. 유 매니저는 “돌려받은 1만원으로 수업 전후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분들이 많다”며 “와인 수업이 끝난 뒤 바로 와인 점포로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누리 라로즈스쿨 원장은 “상인들은 생계가 우선이다 보니 자신을 위한 시간이 부족한데, 재능기부 형식의 수업이 힐링의 계기가 된다”며 ”상인들 간의 결속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고 짚었다.
배움이 머무는 이유… 시장이라는 공간의 힘
김누리(오른쪽) 라로즈스쿨학원 원장이 서울 강남구 라로즈스쿨학원에서 꽃꽂이 자격증반 수업을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이투데이DB)
영동전통시장이 ‘배움이 이어지는 공간’으로 작동하는 배경에는 시장이라는 입지 자체가 있다. 김 원장은 “신사동 가로수길과 강남대로 건너편에서 학원을 운영하다가 3년 전 영동전통시장으로 이사 왔다”며 “이곳은 오피스 상권과 주거지역이 맞닿아 있고 연령대도 굉장히 다양해, 평범한 전통시장과는 다른 공간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원장의 꽃꽂이 수업에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하고 있다. 김 원장은 “교감 선생님까지 하시고 명예퇴직하신 70대 분이 제2의 인생으로 꽃꽂이를 배우러 오셨다”며 “허리 아프셔서 복대 차고 오시는데도 너무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보람 있었다”고 전했다.
김보근 보다세라믹스튜디오 대표가 서울 강남구 보다세라믹스튜디오에서 도자기 물레를 돌리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이투데이DB)
김보근 보다세라믹스튜디오 대표 역시 시장의 공간성을 선택 이유로 꼽았다. 김 대표는 “9층 오피스텔 작업실에서는 일부러 찾아오지 않으면 알기 어려웠지만, 시장에 오니 사람들이 오가며 자연스럽게 보게 된다”며 “지나가다 말을 걸고 관계가 쌓이면서 다시 찾겠다는 손님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은 소통이 바로 반응으로 돌아오는 공간”이라며 “이런 환경이 공방 운영과 수업 모두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공정함’을 설계한 이벤트 ‘온누리상품권 20day’
서울 강남구 영동전통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 페이백 이벤트 '온누리상품권 20day'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제공=영동전통시장 상인회)
사람을 머물게 하려는 고민은 운영 방식에서도 드러났다. 매월 20일 열리는 ‘20day’ 행사는 구매 금액 20만원 한도 내에서 20%를 적용해, 최대 4만원까지 돌려주는 구조다. 눈에 띄는 점은 ‘추첨제’ 도입이다. 구매 금액 5만원당 응모권 1매를 지급하고, 최대 4매까지 응모할 수 있도록 했다.
유 매니저는 “선착순은 과열 경쟁을 부르고, 간발의 차로 혜택을 못 받은 고객들의 불만을 낳는다”며 “시간 내 응모하고 예산 범위 내에서 추첨하는 방식으로 공정함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예산 소진 시 종료되는 일반적인 행사와 달리, 고객의 운에 맡기되 불필요한 줄 서기를 없앤 이 방식은 시장 운영의 성숙함을 보여준다.
가격 아닌 ‘기준’을 파는 상인들
서영경 논현축산물판매장 대표가 서울 강남구 논현축산물판매장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이투데이DB)
개별 상인들의 혁신도 이어진다. 서영경 논현축산물 대표는 ‘저가 경쟁’ 대신 ‘기준’을 선택했다. 트레이 무게를 제외한 순수 고기 중량 표기, 개체 번호 공개 등 신뢰를 최우선에 둔 서 대표의 가게에는 대치동과 서초동에서도 단골이 찾아온다. 서 대표는 “피 냄새가 나지 않도록 습식 주방으로 매일 청소하고, 육회는 아침에 딱 한 번만 썬다”며 위생과 품질만큼은 타협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임주희 자자영동 대표가 서울 강남구 자자영동에서 와인 칵테일을 제조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이투데이DB)
이러한 ‘기준’의 선택은 와인바 운영에서도 확인된다. 임주희 자자영동 대표는 “와인은 격식 있게 차려입고 마셔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데, 저는 슬리퍼 신고 와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입지나 분위기는 캐주얼하지만, 서비스는 오히려 더 클래식하게 가져가고 있다”며 “이게 다른 와인바와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스탠딩바 형태로 운영되는 임 대표의 가게에는 혼술 손님부터 퇴근길 직장인, 외국인 거주자까지 다양한 손님이 찾는다. “야근하고 저녁 먹기 애매할 때 한두 잔 마시고 가는 분들도 많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서울 강남구 영동전통시장 내 한 방앗간에서 상인이 참기름을 만들기 위해 깨를 볶고 있다.(박상군 인턴 기자 kopsg@)
이러한 혁신 사례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전통시장의 경쟁력이 가격이 아닌,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신뢰와 매칭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전통시장이 무조건 싸다고 소비자가 찾는 건 아니다”며 “고기·과일·반찬처럼 직접 보고 품질을 판단하고 싶은 먹거리 영역에서는 여전히 전통시장에 대한 신뢰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처럼 외식·먹거리·체험 소비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 전통시장이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는 매칭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며 “모든 카테고리를 붙잡기보다, 소비자가 오프라인으로 사고 싶어 하는 영역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그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