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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의 자부심을 디자인하다’ 표지. 사진제공=아마존북스
최초의 4선 서울시장 오세훈의 시정 철학과 행정 경험, 그 이면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은 새 책이 나왔다. 오 시장의 신간 ‘서울시민의 자부심을 디자인하다’는 20년 가까이 서울을 무대로 진행된 주요 정책이 어떤 철학과 설계에 기반해 추진됐는지에 초점을 맞춰 다시 정리한 기록이다.
성수동 성공의 엔진은 ‘서울숲·산업·소비’
책의 앞부분에 바다이야기pc버전다운 서 비중 있게 다룬 사례는 성수동이다. 오 시장은 성수동이 오늘날 ‘핫플레이스’로 등극한 이유를 ‘서울숲’과 ‘산업’, ‘소비’의 3각 결합에서 찾았다. 먼저 2002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서울에도 뉴욕의 센트럴파크 같은 휴식 공간이 필요하다며 뚝섬 경마장 부지에 서울숲을 조성했다. 오 시장은 이를 주말과 야간에 성수동으로 사람이 몰리는 ‘압도적 외부 오리지널골드몽 유입 장치’의 탄생이라고 표현했다.
성수동에는 이후 준공업지역 발전계획과 정보통신(IT)·연구개발(R&D) 산업 유치로 평일 낮 상주인구가 형성됐다. 이어 규제 완화로 민간 자본이 유입된 덕에 카페와 문화·소비 시설이 들어서면서 소비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사람들은 ‘힙’한 카페들이 지금의 성수동을 만들 바다이야기비밀코드 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순서가 반대다. 먼저 일자리가 왔다”고 짚었다. 그는 특히 성수동의 성공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으로 ‘개입하지 않는 행정’을 꼽았다. 서울시는 규제를 풀고 판을 깔아줬을 뿐, 그 위에서 낡은 공장을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은 민간의 역동성이라는 게 오 시장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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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오른쪽) 서울시장이 3일 삼표레미콘 부지를 찾아 사전협상에 따른 사업 추진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사실 삼표레미콘 성수공장 터를 빼고 성수동 일대의 변화를 논하기란 릴게임신천지 어렵다. 오 시장은 2022년 3월 28일 열린 삼표레미콘 성수공장 철거 착공식을 두고 “지난 10년 동안 이념과 규제의 부침 속에 꽉 막혀버린 서울의 혈관을 다시 뚫는 상징적인 세레모니”라고 평가했다. 그에게 지난 10년은 ‘허망하게 흘려보낸 금쪽같은 시간’이다. 이곳에 110층 높이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짓고, 2조 원을 투자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던 현대차의 계획이 2011년 시장이 바뀌고 ‘초고층 불가’ 규제가 작동하면서 물거품이 됐다는 것. 오 시장은 “만약 그때 계획이 실현됐다면 지금 우리는 성수동에서 대한민국의 경제 지도가 바뀌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규제는 도시의 심장을 멈추게 하지만, 유연성은 도시를 다시 춤추게 한다는 사실을 성수동의 지난 20여 년이 증명한다”고 했다.
‘개발론자’ 논란과 DDP의 반전
일각에서는 오 시장을 ‘개발론자’라며 폄하하기도 한다. 그 역시 자신은 개발론자가 맞다면서도 “서울시가 지난 20년간 가장 공들여 개발한 것은 아파트도, 빌딩도 아닌 역사(歷史)”라고 했다. 그는 책에서 자신의 개발은 콘크리트를 채우는 게 아닌 ‘비우고’, ‘허물고’, ‘연결하여’ 600년 고도(古都) 서울의 숨결을 되살리는 작업이며, 개발해서 높이려는 건 부동산 가격이 아닌 서울의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자신을 ‘서울시를 어떻게 돋보이게 할지에 미쳐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2025년 12월 31일에 열린 ‘서울라이트DDP’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에 약 8만 7000명이 모였다. 사진제공=서울시
그가 힘줘 추진해 온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도 서울을 돋보이는 도시로 만들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설계·공사 단계에서 ‘전시행정’ 논란과 세금 낭비 비판을 받았지만, 개관 이후 누적 방문객과 자체 수익, 재정 자립도 등의 지표가 개선되면서 현재는 서울을 대표하는 시설로 자리 잡았다고 서술한다. 그는 “개관 10년 만에 누적 방문객 1억명을 돌파하고, 자체 수익만 1600억여 원을 기록해 재정 자립도 100%를 넘어섰다”며 DDP를 디자인·문화 정책의 대표 성과로 제시한다.
‘약자와의 동행’과 보수의 역할
오 시장은 이 책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보수의 역할도 언급했다. 그는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을 사회 밖으로 밀어내기보다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고, 출발선이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 시장은 2013년부터 1년여 간 페루, 르완다 등에서 KOICA 중장기 자문관으로 활동하며 국가 전체의 성장만으로는 취약계층의 삶이 개선되지 않는 현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낙수효과에 대한 믿음은 허물어졌다. 계층 이동 사다리가 없다면 가난은 그저 형벌일 뿐”이라며 “특별히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챙기는 ‘사다리’(정책)가 없다면 이들은 영원히 따라올 수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오 시장이 2021년 서울시장으로 복귀한 뒤 내놓은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키워드는 이런 배경에서 출발했다. 약자동행지수 도입을 비롯해 취약계층 학생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서울런’이나 취약계층을 위한 소득 보장 제도인 ‘디딤돌 소득’은 모두 오 시장의 이런 철학이 녹아 있다. 그는 “진정한 보수는 기계적인 평등을 주장하지 않는다”며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을 패배자로 낙인찍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다시 일어서서 달릴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주는 것, 출발선이 다른 아이들에게 튼튼한 신발을 신겨주는 것, 그것이 공동체를 지키는 확실한 안보이자,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이라고 강조한다.
오세훈(가운데) 서울시장이 지난해 12월 23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5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에서 제임스 로빈슨(오른쪽) 교수,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책에는 오 시장이 서울의 도시경쟁력 강화에 목숨을 걸게 된 계기, 강남북 균형 발전의 기반이 된 재산세 공동과세 도입 배경, 외로움을 행정의 영역으로 들여온 ‘돌봄고독정책관’ 신설 뒷얘기 등도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오 시장을 외형에만 집착하는 ‘토건 시장’으로 평가하는 이들에게 그는 책의 말미에서 이렇게 전한다.
“벽돌을 쌓아 올리는 하드웨어의 시대는 지났다. 진정한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시의 운영체제(OS) 자체를 혁신하는 소프트웨어의 힘에서 나온다. 지난 시간 내가 공들여 쌓아 올린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랜드마크보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유기체가 스스로 생동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디자인’이었다.”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더라도, 서울이라는 도시를 둘러싼 주요 정책들이 제기된 배경과 흐름, 오 시장이 서울이라는 도시에 몰두하는 이유 등을 이해하고 싶은 이에게 이 책은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특히 서울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박창규 기자 kyu@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