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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명현혜달
작성일 : 2026.02.14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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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옷차림이 달랐다. 정제된 법복 차림이 아니었다. 공양을 마치고 공부를 하다 곧장 자리를 내준 터라, 회색 뜨개옷 위에 누비 조끼를 걸친 소탈한 모습이었다. 종정이라는 직함보다, 여전히 배우고 일하는 수행자의 일상이 보였다. 이수화기자
국지대찰이자 우리나라 3대 사찰 중 하나인 통도사 산중 한 암자인 서운암에서 일하며 공부하는 성파스님. 이수화 기자
설날은 덤이다. 새해맞이로 한 달을 요란하게 보 바다이야기게임기 내다 보니 설날이 이제 정리하라고 손짓한다. 한 해가 가고 또 한해가 오는 시간, 산사를 찾았다. 불교계의 어른, 성파 큰스님을 만나기 위해서다.
통도(通度)는 신라 사찰이다. 삼한일통의 대업을 다진 선덕여왕이 자장의 꿈을 펼치게 한 불국토다. 터를 잡은 영축은 부처의 땅에 있던 산 이름이다. 영축의 모양이 인도 영축 릴게임온라인 산과 통한다하여 절 이름을 통도라 정했다.
상징이 많은 통도는 가람배치가 특별하다. 영축의 산줄기를 비집고 올라온 물길이 '서출동류'다. 서쪽에서 발원해 동으로 흐르는 물길은 신묘한 기운이기에 이 물길을 따라 가람이 배치됐다. 하로부터 금강계단까지 중생의 터에서 부처의 세계로 한 계단씩 올라가며 도량의 기운을 느껴보라는 주문 같다.
황금성게임랜드# 좋은 말보다, 사는 모습
옷매무새를 고쳐 종정 큰스님과 마주했다. 환한 빛이 살아 있는 부처다. 설날을 앞두고 덕담을 청하러 왔노라 허리를 굽혔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말은 많아지고, 말이 많아질수록 말의 힘은 가벼워진다. 큰스님은 잠시 웃으며 말을 꺼냈다.
"좋은 말은 다 알고 있잖아요. 요즘 사람들, 야마토게임무료다운받기 좋은 말 모르는 사람 없어요. 인터넷 검색하면 다 나오고, 책에도 다 있고. 그래서 좋은 말 해봐야 '그런 말 누가 모르나?' 이렇게 돼요. 오히려 말이 가볍게 들리지. 설날에 덕담이 따로 있나. 그냥 하루하루를 제대로 사는 거지…."
여든여덟.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이자, 통도사 방장인 큰스님은 지금도 서운암 작업실에서 옻칠하고, 릴게임뜻 한지를 뜨고, 연못의 풍경을 기록하며 하루를 채운다. 새해를 맞는 마음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여러 차례 큰스님을 만났지만, 이날은 옷차림부터 달랐다. 정제된 법복 차림이 아니었다. 공양을 마치고 공부를 하다 곧장 자리를 내준 터라, 회색 뜨개옷 위에 누비 조끼를 걸친 소탈한 모습이었다. 종정이라는 직함보다, 여전히 배우고 일하는 수행자의 일상이 먼저 보이는 순간이다.
"화가 나는데 안 낼 수는 없지요. 사람이 육신을 가지고 사는데 희로애락이 없을 수 있나. 다만 너무 꽉 쥐고 있으면 안 됩니다. 음식을 많이 먹으면 체하잖아요. 체한 건 내려가야지, 꽉 막히면 병이 납니다. 화도 그래요. 아예 안 내려고 참아버리면 그것도 병입니다. 조금은 빠져나가게 해야지요."
분쟁이 심하고 갈등의 언어가 난무하는 시대에 한 말씀 당부하는 기자에게 슬쩍 웃어 보이며 던진 우문현답이다. 종교계에서 던지는 화두나 말씀들이 예전만큼 잘 닿지 않는 시대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런 세태를 어찌 보는지가 궁금했다.
"부모 말도 잘 안 듣고, 스승 말도 잘 안 듣는 세상인데 종교인 말이 그렇게 잘 들릴 리 있겠습니까. 종교인은 부모보다 더 먼 존재이기도 하지요.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합니다. 말로 가르치려 하지 말고, 그렇게 살면 됩니다. 사람들은 말보다 사는 모습을 봅니다"
공자의 행이불언(行而不言)이라는 경구가 떠올랐다. 행동하지 않는 말은 천박한 정신을 감추려는 분칠 아닌가.
여든여덟.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이자, 통도사 방장인 큰스님은 지금도 서운암 작업실에서 옻칠하고, 한지를 뜨고, 연못의 풍경을 기록하며 하루를 채운다. 새해를 맞는 마음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수화기자
# 바람이 부니, 배가 간다
성파 큰스님은 행동하는 불사를 실천해 온 어른이다. 수행과 함께 도자대장경 불사부터 지금의 문화예술 창작 활동까지 이제는 '선예(禪藝)'라는 또 하나의 세계를 열고 있다.
"뭐, 거창하게 예술이라고 할 건 아닙니다. 다 못해요. 하나도 옳다고 할 수 없고, 하나도 잘하기가 참 어렵지요. 그래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지. 일부러 그렇게 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허투루 할 겨를은 없습니다. 시간이 늘 모자라요. 할 게 많으니까 지루할 틈이 없지요. 나는 늘 시간이 부족했어요"
큰스님 어록의 앞자리에 있는 '바람이 부니까 배가 간다'는 화두가 떠올랐다. 사족 같았지만 직접 듣고 싶었다.
"내가 정해서 가는 게 아닙니다. 바람이 부니까 배가 가는 거지요. 안 부는데, 억지로 가려 하면 배가 부서져요. 나는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평생 학인이었고, 평생 배우는 사람이었지. 내 발끝 닿는 데가 학교고, 내가 만나는 사람이 다 스승입니다."
큰스님의 배가 어떤 모습인지 어렴풋이 그려지는 순간이었다.
통도사 서운암 장경각 앞에는 성파스님이 옻칠로 표현한 반구대 암각화 작품이 물속에 잠겨 전시되고 있다. 이수화 기자
# "반구대 암각화, 울산의 뿌리"
마무리할 시간이라 울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울산에 애정이 남다른 큰스님의 울산 사랑에는 말의 온도가 느껴졌다.
"중요한 건 시민들의 의식입니다. 문화는 정신건강입니다. 영양소예요. 밥만 먹고는 못 삽니다. 울산에는 태화사가 있었어요. 신라시대에 울산을 경주의 변방이라고 하면 안 돼요. 태화사는 국방 사찰이었습니다. 나라를 지키던 절이지요. 무기도 만들고, 군사도 길렀고, 화랑도 여기서 나왔지. 삼국 통일의 힘이 여기서 나왔다고 봐야 합니다."
큰스님의 울산사랑이 새겨진 상징이 서운암 장경각 앞에 있다. 바로 반구대 암각화를 옻칠로 표현한 작품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의 뿌리 같은 거지요. 그냥 유물이 아니라, 이 땅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가 다 들어 있습니다. 그걸 옻칠로 한 건, 오래 두고 보자는 뜻이에요. 자개 하나하나 붙이고, 옻을 여러 번 올리면서 시간도 같이 쌓는 겁니다. 방문객들이 역사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 번쯤 멈춰서 보고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능멸천재(能滅千災), 성취만덕(成就萬德)'.
큰스님은 대화를 마무리하면서 기자에게 신년 휘호 한 장을 건넸다.
'능멸천재(能滅千災), 성취만덕(成就萬德)'.
'모든 재앙을 능히 소멸하고, 만 가지 덕 이루기를 바란다'는 새해의 축원이다.
말을 아끼고, 삶으로 답해온 큰스님의 설날 화두였다.
◆중봉 성파 종정 약력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이자,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이다.
월하 스님을 은사로 1960년 통도사에서 출가해 사미계를, 1970년 비구계를 수지했다.
40대에 삼보사찰 통도사 주지를 역임했다.
이후 40여 년간 서운암에 주석하며 도자·옻칠·염색 등 전통문화 보존에 매진해 왔다.
도자 삼천불과 16만 도자대장경 조성, 천연염색·옻칠 기법 개발 등으로 불교미술의 지평을 넓혔다.
'평생 학인, 평생 일꾼'을 삶의 좌표로 삼아 수행·예술·학술을 아우르는 불교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