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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명현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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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성릴게임 배우 백현진이 예능 ‘직장인들2’에 백 부장으로 출연한 모습. <쿠팡플레이>
노래하듯 그림 그리고, 연기하듯 노래하며, 그림 그리듯 연기하는 사람. 콜롬비아 출신 소설가 안드레스 솔라노는 백현진(54)을 이렇게 표현했다. 인디밴드 1세대 어어부프로젝트의 멤버이자 화가, 배우 사이다쿨접속방법 로 활동해온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의 2017년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오르며 미술계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드라마 ‘모범택시’ 속 갑질 회장, 쿠팡플레이 예능 ‘직장인들’의 백 부장 역할로 대중에게도 얼굴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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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서울 신텍스’에 참석한 백현진 작가. <정유정 기자>
서울 바다이야기부활 삼청동 PKM 갤러리에서 열리는 백현진 개인전 ‘서울 신텍스(Seoul Syntax)’는 작가가 나고 자란 도시 서울을 배경으로 한 회화와 드로잉, 비디오 작업을 선보인다. 이전 작업이 색과 형상을 화면에 가득 채웠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의도적으로 비워낸 화면이 눈에 띈다. 작가는 “젊었을 때는 덜 그리면 불안했지만, 이제는 그리고 비워낸 그림들이 나에게 더 잘 맞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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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진의 ‘겨울’(2025)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작가가 지난해 번아웃을 겪던 시기에 제작됐다. 그는 “마음이 복잡하고 가라앉은 상태에서 그렸다”며 “낙담하고 막막했던 어려운 시간을 통과한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작업의 출발은 무거웠지만, 화면은 의외로 산뜻하다. 풀잎처럼 보이기도 하고, 왕관을 단순화한 기호처럼 보이기도 하는 패턴이 반복된다. 느슨한 구성과 밝은 색채가 오히려 복잡한 시간을 견디는 방식처럼 보인다.
전시 제목 ‘서울 신텍스’는 ‘서울식’을 영어로 옮긴 표현이다. 지난해 발표한 솔로 앨범 제목 역시 ‘서울식’이었다. 수십 년간 변모해 온 서울 풍경처럼 작가가 자신도 변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하는 태도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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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진의 영상작업 ‘빛 23’(2023).
전시장 한편에서는 영상 작업 ‘빛 23’도 함께 상영된다. 서울 근교에서 원테이크로 촬영한 이 작품은 작가의 동명 노래를 바탕으로 한 뮤직비디오이기도 하다. 배우 한예리가 출연해 날씨의 변화에 따라 흔들리는 감정을 담아냈다. 영화 ‘버닝’과 ‘마더’를 촬영한 홍경표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맡았고, 연출은 백현진이 직접 했다.
지난 3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미술, 음악, 연기를 모두 본업으로 두고 같은 비중으로 대한다고 밝혔다. 배우와 음악가로 쌓은 경험이 그림을 그릴 때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했다. 그는 “여러 일을 하다 보니 뱃심이 생겼다”며 “연기를 하면서 생긴 수입 덕분에 미술 시장 눈치를 보지 않고 그리고 싶은 것만 그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림으로 수입이 생기면 음악으로 돈을 못 벌고 있는 시기에도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었다”며 “운도 따라줬지만 지금은 정말 내가 보고 싶은 그림,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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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진의 ‘PW 0132025’(2025)
그는 미술 작업이 연기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모범택시’에서 나쁜 말을 많이 하고 사람들을 때리는 지독한 역할을 했는데 실제로 몸이 아팠다”며 “작업실에 가서 붓질을 하면 다른 직업으로 전환되는 느낌이 들어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 가지 일을 하고 있어 다행이고, 각각의 장르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을 체감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가장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을 작업으로는 그림을 꼽았다. “나중에 노인이 돼 몸이 쇠약해질 때는 화가로 그림을 그리는 일을 가장 마지막까지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배우로 출연하는 작품이 늘면서 미술 작업 시간이 부족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1년에 배우로 현장에서 일하는 시간이 40~60일 정도”라며 “모임을 다니는 편도 아니라 혼자 있는 시간이 굉장히 많다”고 답했다.
예능 ‘직장인들’의 백 부장 팬들이 전시장을 찾아 작품을 어렵게 느낄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와주셔서 고맙고, 동시에 죄송하다고 말할 것 같다. 그런데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많이 먹어본 사람들이 맛있는 것을 알게 되듯, 그림을 많이 본 분들이 재미있게 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백현진은 대학 입학 전부터 예술가들과의 교류 속에서 활동 반경을 넓혔다. 홍익대 미대생이던 누나의 영향으로 이불 작가, 최정화 작가, 안무가 안은미 등과 자연스럽게 교류했다. 스물두 살에 94학번으로 홍익대 조소과에 입학했지만 학교 수업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느껴 1997년 중퇴했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학교에 입학했는데, 들어가자마자 안 맞는다고 느꼈다”며 “이불, 최정화, 안은미 같은 형·누나들이 예술가처럼 보였고, 학교는 시시하게 보였다”고 회상했다.
1995년 백현진은 장영규와 어어부프로젝트를 결성하며 음악 활동을 본격화했고, 1996년에는 첫 그룹전에 참여하며 미술 작업도 병행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연기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이후 드라마 ‘모범택시’ ‘무빙’에서 개성 있는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5년에는 영화 ‘라디오스타’ ‘베테랑’의 음악감독인 고(故) 방준석과 프로젝트 듀오 방백을 결성했다.
어어부프로젝트는 실험적인 사운드로 한국 인디음악계에 충격을 줬다. 박찬욱 감독은 어어부프로젝트의 백현진과 장영규를 한국에서 주저 없이 천재라고 부를 수 있는 두 사람이라고 평한 바 있다. 이들의 음악은 홍상수의 ‘강원도의 힘’과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 등에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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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진의 ‘빛나는 순간’(2023)
이후 백현진은 거장 감독들의 영화에 출연했다. 홍상수의 ‘북촌 방향’, 장률의 ‘경주’,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브로커’ 등이다. 그는 “어어부프로젝트 음악이 ‘강원도의 힘’ 엔딩 곡으로 쓰이면서 홍상수 감독님과 인연이 생겼는데 어느 날 ‘내일 뭐하냐’고 전화가 왔다. 별일 없다고 하니, ‘아트센터선재 앞으로 오라’고 했다. 다음 날 나갔더니 고현정 씨와 기주봉 선배님이 와있었다. 그렇게 촬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생계를 위해 다양한 일을 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아트센터선재에서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하고, 씨네21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다. 일하는 방식은 당시에도 자유로웠다. 그는 “아트센터선재는 일주일에 두 번 출근하면 됐다”며 “혼자 일하려고 오후 5시 넘어 출근했다. 조금 일찍 출근하던 날에는 센터에 있던 영화관에서 허우샤오시엔 특별전을 보고 사람들이 모두 떠난 뒤에야 일을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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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진의 ‘난제’(2025)
미술가로서의 활동은 꾸준히 이어왔다.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올랐고,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대만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상하이 민생현대미술관, 쿤스트할레 빈, 노르웨이 베스트포센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기관의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음악 작업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는 동시에 밴드 ‘백현진씨(C)’를 이끌고 있다. 밴드 구성원들 다수가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경력을 지닌 연주자들이다. 실력파 밴드 까데호, 색소포니스트 김오키 등이 세션으로 참여한다. 인디계의 슈퍼스타로 불리는 밴드 새소년의 황소윤, 밴드 실리카겔의 김한주가 코러스로 참여한 바 있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오는 13일에는 홍대 라이브 클럽 채널 1969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으며, 올해 EP 발매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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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진
작가는 특정 장르나 역할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미술과 음악, 연기를 오가며 쌓아온 시간이 이번 전시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처럼 백현진의 작업 역시 한 방향에 머물지 않고 확장된다. 전시는 3월 21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