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엔 어른이 되면 엄청난 모험을 겪을 줄만 알았다. 온갖 역경과 모함도 결국 주인공이 다음 챕터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한 발판에 불과한 소년 만화처럼. 이제 다 커버린 나는 안다. 서른 살이 훌쩍 넘은 나는 세상을 구원할 ‘선택받은 아이’가 아니고,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입학 편지가 오지도 않는다.
그러나 평범한 인간에게도 삶이 버거운 순간은 찾아온다. 젊은 나이에 갑자기 대학병원을 다니는 환자 신세가 된다거나, 유인물을 돌리다 ‘얼굴도 예쁜데 그런 일은 왜 해’라는 무례한 참견을 들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꾸역꾸역 출근한 어
바다이야기사이트 느 날, 손님을 쌀쌀맞게 응대했다며 사장에게 혼이 났다거나. 사소한 역경에도 자꾸만 넘어지고 깨질 때. 주인공 인생을 바라지도 않건만, 엑스트라 인생에도 감당 못할 모욕이 범람하는 것만 같다. 이 역경은 주인공이 겪기엔 자잘하고, 한낱 인간에게 찾아오기엔 너무나 원통하다.
김보나의 시 세계에서는,
릴박스 이런 나도 주인공일 수 있다. 그녀가 그리는 모험 만화 속에서는 “나의 주인공은 그저 다들 지나치는 사육장의 토끼를 혼자 돌보는 사람”이자 “공조차 앞지를까 봐 달리는 속도를 조절하는 사람(‘나의 모험 만화’)”이라서. 시 속에서는 작은 주인공들이 가지각색의 방식으로 슬픔을 버텨낸다. ‘탕에 들어갔다 나오는 사람’ 속 그녀는 “남자의 손이 몸을 쓸고 간
한국릴게임 버스의 오후”, 모욕감을 목욕탕에 가서 씻어낸다. “누군가는 사우나에서 104도의 열기에도 도망치지 않는 법”이니까. 15세기엔 ‘목욕’이란 말 대신 ‘모욕’이라고 했다고 하니, 내가 겪은 오늘의 모욕도 목욕으로 바꿔낼 수 있을 거라고. ‘다 뜻이 있겠지’의 주인공은 줄까 말까 조롱하는 터키 아이스크림 매대 앞에서 “조롱당하면 맛있어지는 것도 세상엔 있”을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거라고 생각한다. ‘미친 봄날 생각’에서는 갑상샘에 암이 생긴 ‘나’가 오히려 약을 먹고 알 수 없는 힘이 솟아 사랑했던 이에게 텔레파시를 보낸다. 죽음을 앞두면 없던 용기도 생길 테니까.
나도 안다. 시인이 ‘윙스팬’을 통해 말했듯 겨우 날개가 달린다고 해서 박쥐가 천사가 될 수는 없다. 그러
알라딘게임 나 김보나는 어둠 속을 걷는 이에게 함께 걷자며 말한다. 시력을 포기한 대신 초음파를 얻은 박쥐처럼, “우리 같이 진화하자”라고. “불행이 생의 주제라고 요약하는 대신 소설책의 아무 페이지나 열어젖혀 걸어가는 주인공을 보여주기 위해(‘물가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쓴 시를 읽다 보면, 만화 〈디지몬 어드벤처〉 속 선택받는 아이나 영화 주인공 해리 포터도 아닌 나도 딱 한 번은 더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권은혜 기자 kik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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