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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륙 시장은 겉으로 보이는 소득수준과 달리 실제로는 가처분소득과 시간적 여유가 많다. 중국 내륙 소비 현장, 사람으로 가득 찬 쇼핑몰. 김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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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도 비즈니스가 되나요?” 중국 내륙에서 일하다보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이른바 ‘내륙 지방도시’를 대도시와 거리가 먼, 시장성과 소비력이 낮은 곳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현장에서 마주한 장면들을 소개하고 싶다.
메이저릴게임사이트 중국 내륙의 대표 도시인 정저우에서 자동차를 조금만 몰고 나가면, 한국 독자에게는 이름조차 낯선 작은 현급 도시가 이어진다. 2025년 겨울, 그중 한 곳을 찾았을 때 예상과 전혀 다른 풍경을 마주했다. 내륙 작은 도시라면 낡은 상점과 한산한 거리부터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눈에 들어온 것은 정돈된 거리와 세련된 매장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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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것은 골목 초입에 걸린 ‘피부관리실’이라는 한글 간판이었다. 문 앞엔 사람이 끊이지 않았고, 간판부터 인테리어와 관리 메뉴까지 한국식 표현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직원은 “요즘 내륙 도시까지 한국식 피부 관리의 인지도가 높아져 방문 고객이 계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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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장면은 유통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허난성 작은 도시 쉬창의 팡둥라이(?東來) 마트를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개점 시간 전부터 매장 앞에 긴 줄이 이어졌고, 문이 열리자 손님이 끊임없이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팡둥라이는 중국 전역에서 ‘전설의 마트’로 불리는 로컬 유통 브랜드다. 이곳이 주목받는 온라인골드몽 이유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지역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한 상품과 서비스로 오랜 신뢰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외곽의 작은 도시 마트에 개점 전부터 줄이 서는 풍경은 중국의 소비 지형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요즘 중국에서 자주 들리는 단어는 ‘성장’도 ‘기회’도 아니다. 바로 ‘네이쥐안’(內卷)이다. 한국어로 옮기면 ‘무한경쟁’ 정도로 바다이야기디시 번역된다. 성과는 늘지 않는데 경쟁만 반복되는 상태를 뜻한다. 현장에서 만나는 기업인들도 ‘기회가 없다’기보다는 ‘너무 많은 사람이 같은 곳에 몰려 있다’는 표현을 더 자주 쓴다.
대도시의 소비시장은 이미 네이쥐안의 한복판에 서 있다. 같은 제품, 같은 가격, 같은 마케팅 방식이 끝없이 반복되며 경쟁은 과열됐고, 그 결과 출혈경쟁에 가까운 양상까지 나타났다. 마케팅 비용은 오르고 상품 가격은 내려가면서, 비용과 인력을 더 투입해도 수익은 오히려 줄어드는 구조가 고착됐다. 이제는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도 피로해졌다.
‘중국 시장이 어려워졌다’는 말이 자주 나오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상황은 조금 다르다. 중국 시장 전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과 방식이 지나치게 네이쥐안, 즉 과열경쟁에 들어간 상태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에서는 시선의 이동이 나타나고 있다. 경쟁이 이미 과열된 대도시를 떠나, 소비의 성장 가능성과 시장구조상 여유가 남은 지역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심에 떠오른 개념이 바로 ‘하침시장’(下?市場)이다.
중국에서는 경제규모와 인구, 산업·소비 인프라의 집적도에 따라 도시를 통상 1선부터 5선까지 구분한다.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은 이 가운데 최상위인 1선 도시다. 반면 3선 이하 지방도시와 현급 도시, 농촌 지역을 통칭해 하침시장이라 부른다. ‘하침’의 본래 뜻은 ‘아래로 가라앉다’이지만 사회경제적으로는 ‘낮은 시장으로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하침시장은 1·2선 대도시 중심으로 형성된 소비구조의 외곽에 자리한 광범위한 내륙 시장을 가리킨다.
하침시장은 하나의 거대한 경제권이다. 이 지역 인구는 약 10억 명으로 중국 전체의 70%에 이른다. 또한 300개 지급시, 2800개 현급 도시, 수만 개 향진과 촌락으로 구성된 광역 시장이다. 2024년 기준 하침시장의 소비 규모는 이미 중국 전체 소비의 60%를 차지했다. 2025년 상반기에도 1·2선 대도시의 소비 증가세가 둔화한 가운데 다수의 지방 성과 현급 시장은 전국 평균을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소비 흐름에 민감한 음료·커피 프랜차이즈의 움직임만 봐도 하침시장의 위상 변화는 분명하다. 중국 버블티 체인 ‘미쉐빙청’은 3선 이하 도시 매장 수가 2만 개를 넘어 전체 매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최대 커피체인 ‘루이싱커피’의 현·군 단위 매장 1인당 평균 구매액은 도시 매장보다 12%나 높다. 스타벅스도 2024년 한 해 동안 160여 개 현급 행정단위에 진출하며 하침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도시에서 네이쥐안식 출혈경쟁이 이어지는 동안, 하침시장은 여전히 경쟁의 틈새와 성장 공간이 남아 있는 시장으로 주목받는다.
하침시장 소비자의 특징
하침시장 소비자의 가장 큰 특징은 겉으로 보이는 소득수준과 달리 실제 가처분소득과 시간적 여유가 많다는 점이다. 하침시장 주민의 대부분은 이미 자가주택을 보유해 임대료나 주택담보대출 부담이 크지 않다. 월급의 상당 부분을 주거비로 지출하는 대도시 소비자와는 소비구조 자체가 다르다. 얼마 전 허난성의 한 현급 도시에서 만난 20대 청년은 “상하이에서는 월세와 교통비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었지만, 고향에 돌아오니 월급 대부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이 짧고 야근이 적은 생활 리듬은 여가와 소비 지출로 이어진다.
중국 전역에서 ‘전설의 마트’로 불리는 팡둥라이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지역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한 상품과 서비스로 오랜 신뢰를 쌓아왔다. 팡둥라이 마트 입구를 가득 메운 사람들. 김태용
하침시장의 소비를 이끄는 핵심층은 중장년층과 노년층이다. 이들은 개인 취향보다 가족과의 관계를 중심에 둔 소비 성향을 보인다. 자녀 교육이나 가족 건강, 체면과 연결되는 선물과 브랜드에는 비교적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 대도시의 소비가 ‘나를 위한 선택’에 가깝다면, 하침시장 소비는 가족과 사회적 관계를 고려한 선택에 가깝다. 건강기능식품이나 효도관광, 선물용 소비재가 이 시장에서 꾸준히 수요를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안정적 연금을 받는 노년층은 가격보다는 신뢰와 품질을 중시하고 한번 선택한 브랜드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
소비 결정 방식에서도 분명한 차이가 나타난다. 대도시 소비자가 광고와 브랜드 인지도, 알고리즘 추천에 민감한 반면, 하침시장 소비자는 주변 사람의 경험과 실제 사용 후기를 더 신뢰한다. 가격보다 성능을 꼼꼼히 따지면서도 실용성과 체면을 함께 고려하는 소비 방식이다.
하침시장이 기업에 기회로 떠오르는 이유는 단순히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핵심은 경쟁의 밀도와 방식에 있다. 1·2선 대도시가 브랜드 과잉과 마케팅 비용 경쟁에 갇혀 있다면, 하침시장에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아직 충분히 채워지지 않은 영역이 많다. 소비자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 기대를 정확히 충족해온 브랜드는 제한적이다.
현장에서 “큰 도시에서 작은 매장을 열 것인가, 작은 도시에서 큰 매장을 열 것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 대도시의 작은 매장은 수많은 경쟁자 속에 쉽게 묻히지만, 하침시장의 ‘규모감 있는 매장’은 그 자체로 지역의 사건이 된다. 사람들이 체험하러 모이고, 입소문이 빠르게 퍼진다. 이 시장에서는 광고보다 눈에 보이는 존재감과 실제 경험이 더 강력한 마케팅 수단으로 작동한다.
허난성 쉬창의 팡둥라이 사례도 같은 맥락에 있다. 대도시처럼 유사한 대형 유통사가 밀집하지 않은 환경에서 체험 중심의 매장 운영과 안정적 품질관리, 지역사회와 장기간 쌓아온 신뢰가 경쟁력을 만들어냈다. 하침시장에서 ‘큰 매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지역 소비 경험의 기준점이 된다.
비용 구조도 기업에 유리하다.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는 특히 중소·중견기업에 중요한 조건이 된다. 대도시에서는 버티기 어려운 기업도 하침시장에서는 긴 호흡으로 소비자 반응을 축적하며 시장을 키워갈 수 있다.
무엇보다 하침시장은 이미 완성된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소비기준이 만들어지고 있는 시장이다. 지금 이곳에 진입하는 기업은 단순한 판매자가 아니라, 신뢰와 경험을 통해 시장의 룰을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가 될 수 있다. 바로 이 점에서 하침시장은 경쟁에 지친 대도시를 대신해 기업에 가장 현실적인 전략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쟁의 기준 만들어갈 수 있어
중국 내륙 도시에 있는 코트라(KOTRA) 정저우무역관을 찾는 한국 기업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대도시는 너무 치열하고, 내륙은 너무 낯설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면 지금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경쟁의 여지가 남아 있는 곳은 바로 이 ‘낯설다’고 여겨지는 영역이다. 하침시장은 경쟁이 없는 시장이 아니라, 경쟁의 기준이 아직 고정되지 않은 시장이다. 먼저 진입한 기업은 가격경쟁자가 아니라, 신뢰와 경험의 기준을 만들어갈 수 있다.
의료기기, 헬스케어, 생활가전, 케이(K)-뷰티, 유아·교육, 프리미엄식품 등 한국 기업이 강점을 가진 분야는 하침시장과 잘 맞는다. 이 시장에서는 브랜드 인지도보다 사용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하며, 품질을 중시하는 소비성향 덕분에 한국 브랜드를 향한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지역 단위로 접근하고 현지 생활에 맞춘 전략은 대도시보다 높은 효율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침시장이 모든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중국 소비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는 기업이라면 이 시장을 한번쯤 다시 살펴볼 필요는 충분하다. 처음으로 돌아가보면 “이곳에서도 비즈니스가 되나요?”라는 질문에 하침시장은 분명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김태용 KOTRA 정저우무역관 관장 koree@kotr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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